2008년 8월 7일(목) [카미노4일] Ponte de Lima - Valenca (36.8km)
포르투갈 길에서 가장 높은 (그래봐야 400m) 산을 하나 넘어주는 날. 원래 계획은 19km 떨어진 Rubiaes에 묵을 예정이었는데 아침에 일찍 출발한 탓에 11시반에 도착해버림. 아직 시간도 이르고 심심한 시골마을에 묵느니 조금만 더 가자는 아저씨들 따라 다시 17.8km 떨어진 Valenca까지 진행, 총 36.8km를 걸었음. 물집도 잡히고 몸 전체적으로 다소 무리가 갔던 하루.
오늘도 같은 일행(아저씨 삼인방+마리아나)과 함께 카미노를 시작한다. 아저씨 삼인방과 나는 유스호스텔 4인실을 같이썼고, 마리아나도 스페인 여자 순례자들과 같은 방을 썼다고 한다. 알베르게가 없으니 유스호스텔이 알베르게나 마찬가지인 셈. (하지만 2009년 봄, 폰테 데 리마에도 알베르게가 생겼다고 함)
유스호스텔에서 주는 커피와 빵을 먹고 출발하여 걷는 중간에 카페에 들려 커피를 한잔 더 마셨다. 어떤 날은 점심식사 혹은 저녁식사 시간에도 커피를 마신다. 여기서 말하는 커피는 진한 에스프레소 혹은 카페라테 (포르투갈 말로는 카페콩라잇). 한국에서는 나름 커피 좋아하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유럽인들과 어울려 유럽 스타일로 독한 커피를 마셔댔더니 하루 종일 속이 느글거리고 더부룩하다. 내일부터는 아침 먹으면서 마시는 것 말고는 되도록 다른 음료를 먹어야겠다.
예정대로라면 딱 19km만 걸으면 되는 날. 중간에 포르투갈길을 통틀어 가장 높은 산을 넘는데 그 산의 높이가 해발 400m란다. 서울 시내에 있는 관악산보다도 낮은 산이다. 가는 길도 산을 통과하기 때문에 공기 맑고 풍경 좋고 아주 마음에 들었던 길이다.
저 고속도로를 차로 달리면 두시간도 못되어 산티아고에 도착할텐데...
(나중에 찍으려 했는데 급히 다시 출발하는 바람에)
정오도 채 되지않은 11시 반에 Rubiaes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새로 지은 듯 깔끔하게 생긴 알베르게에 들어가 쉬려고 생각하는데, 같이 걸어온 일행이 스페인어로 두런두런. 뭔가 이상한 분위기이다. 무슨 일이냐 물으니 시간이 많이 남으니, Rubiaes 처럼 따분한 시골에 있지 말고 17km 더 가서 Valenca에 묵자는 아저씨 삼인방(귄터, 클라우스, 토마스)의 이야기이다. 이미 두번째 카미노를 걷는 그들의 페이스를 마냥 따라도 될지 조금 망설여졌지만, 나처럼 처음 카미노를 걷는 마리아나도 함께 가겠다는 말에 나도 따라 나섰다.
Rubiaes를 지나쳐 Valenca (c 밑에 꼬리가 달려있어 발렌사라 읽음)까지 가기로 한 것은 이번 카미노에서 후회되는 선택 중 하나이다. Valenca까지 가는 길에는 산이 하나 더 있었던 것이다. 결국 페이스 조절에 실패해 발에 물집도 잡히고 이후 이틀 정도 몸 상태가 안 좋았다. 나보다도 더 안좋았던 것은 마리아나. Rubiaes와 Valenca의 중간쯤 되는 곳에서 마리아나가 퍼졌다. 처음에는 일행 중 가장 키크고 체력이 좋은 (더불어 가장 나이가 많기도 한!) 클라우스가 대신 가방을 들어주었으나 그래도 힘들어 해서 대략 10km여 정도 남겨놓고 결국 마리아나를 택시에 태워 Valenca 알베르게로 보냈다.
어쨌든 산 하나를 더 넘어야 했다
체력 만빵 아저씨 삼인방을 먼저 보내고 자리에 주저앉아 이 사진을 찍었다.
카미노에서 벗어나 있어 찾기 어려웠다.
마리아나를 보내고 다시 출발. 그러나 Valenca를 코 앞에 두고 (4km 정도?) 나도 힘이 들어 일행과 뒤쳐졌다. 그렇게 뒤쳐져 혼자 걷다보니 다시 길을 잃는 사태가 벌어져 알베르게를 못찾고 지나쳐 버렸다. 걷고 걸으며 왜 알베르게가 안나오나 궁금해 했는데 결국에 눈 앞에 펼쳐지는 건 포르투갈의 끝임을 알리는 커다란 표지판과 국경을 건너는 철교였다. 국경도시인 Valenca를 모두 가로질러 진짜 국경까지 와 버린 것이다. 하필 혼자 뒤떨어져 일행도 없는 상황에서 이런 일까지 벌어지는지... 몸도 지친데다가 머리 속까지 아찔 했으나 서둘러 정신을 수습하고 온 길로 되짚어 갔다. Turismo office(여행자 안내소)에 들려 알베르게 위치를 물어보고 지도와 실제 풍경을 열심히 맞추며 찾아보았다. 결국 옛날 성곽도시 근처에 서있는 알베르게를 발견한 것은 오후 5시 가까운 시간. 아, 반갑다 알베르게!
어서 들어가 쭉 뻗고 쉬고 싶었으나 안타깝게도 알베르게는 오후 6시에 문을 연단다. 먼저 도착했을 우리 일행은 어디 있을까 궁금해하며 주변 가게에 앉아 음료수 마시며 기다렸다. 6시가 조금 못되어 다시 찾아가 보았는데 안에서 누가 문을 열어주는데, 자원봉사자가 아니라 어떤 포르투갈인 순례자였다. 잠시 이야기 해 보니 열살 좀 못 되어보이는 아들을 데리고 이 길을 걷는 아버지였다. 나도 나중에는 우리 아이를 데리고 도보순례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 아직은 먼 얘기지만. 걷다가 놓쳤던 일행도 알베르게에서 다시 만나 함께 저녁식사를 하러 갔다.
저녁식사는 Bife a casa c/ batata frita. 영어로 말하자면 'Beef steak of the house with fried potato'가 되겠다. 계란 후라이와 피망을 올린 밥도 함께 준다. 오늘은 길고 힘든 하루를 보내며 점심도 굶었으니, 든든하게 스테이크로 체력 보충을 하자!
이들과 함께 하는 저녁 식사에 와인은 여간해서는 빠지지 않는다. ^_^
난 이날 뿐 아니라 줄곧 음식 사진을 찍어왔다. 난생 처음 접해보는 '진짜' 포르투갈 음식이 신기해서 열심히 찍어대는데, 유럽인 동료 순례자들이 볼때는 별것도 아닌 것에 카메라 들이대는 내가 꽤나 웃긴지 카메라 들 때마다 깔깔댄다.^^ 뭐, 어쩔 수 없다, 난 그래도 꼭 찍어가고 싶으니까...
[8/7(목) 쓴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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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커피: 0.80유로
가게에서 아이스크림과 물 1.5L: 1.70유로
Valenca cafe에서 7-up: 1유로
저녁식사: 10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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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 13.5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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