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13일(수) [카미노10일] Padron - Santiago De Compostela (23.9km)

드디어 산티아고에 도착. 약간의 차이로 늦어 순례자 미사에 참석 못하고 다음날로 미루었다. 순례자 증명서를 받고 점심식사를 마지막으로 카미노 일행과 작별하고 혼자만의 여행을 다시 시작했다.


드디어 산티아고에 입성하는 날. 일찌감치 5시 좀 넘어 출발했다. 조금만 걸으면 최종 목적지라는 생각에 힘이 펄펄 나야 할텐데 산티아고 시가지에 들어서서 마지막으로 오르막길을 오르는데 유난히 힘들게 느껴진다. 이상하게... 마지막 순간을 앞두고 긴장이 풀린건지. 카미노가 끝나간다는 아쉬움 때문인지... 어쩌면 산티아고는 목적지가 아니라 종착지라는 말이 더 어울리지도 모르겠다. 산티아고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그곳까지 가는 여정을 겪는 것이 목적이기에... 단지 산티아고는 그 여정이 끝나는 종착지일 뿐이다. (실상 걷고 있던 이 때는 이런 생각 못 했었고, 지금 돌이켜보니 그렇다.)

그렇게 걷고 걸어 드디어 11시경에 산티아고 대성당 앞에 도착했다.

산티아고 대성당이 바로 눈 앞에 보이는 카페.


이 곳에서 잠시 숨을 돌린 후 올라갔다. (물론 우리 일행이 무알콜로 입성할리는 없다 ㅋㅋ 카~ 시원한 맥주 한잔!) 저 곳에 앉아있으며 땀이 식으니 춥게 느껴졌던 기억이 난다. 산티아고 도착할 무렵부터 기온이 많이 내려갔던 것 같다. 시기는 8월 중순임에도 서울의 가을 날씨 같았다고 할까?


드디어 도착!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웅장한 산티아고 대성당을 보고 감동이 밀려왔다.

순례자 등록 사무소 입구
이 문으로 들어가 이층 사무실에서 순례증명서를 받았다. 증명서 발급은 크레덴시알(순례자 여권)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무료 발급인데, 증명서가 구겨지지 않게 말아 넣을 수 있는 통을 1유로에 팔고 있어 하나 샀다. 순례자 사무소 1층에 여행사가 있어, 이틀 후 저녁 때 출발하는 마드리드행 야간 버스를 예약했는데 무려 46.44유로이다. 마드리드에서 포르투까지 타고 온 저가항공이나 비슷한 가격이다.

숙소에 짐을 풀고 다시 만나 일행과 마지막으로 점심 식사를...

그간 여러번 먹어 익숙한 닭고기+감자요리를 다시 한번. 그리고 그 오른쪽 그릇에 들은 수프는 Caldo Gallego, 깔도 가예고 라고 부르는 이지방(갈리시아) 음식이다. 감자가 주 재료로서, 흔히 보는 서양 수프처럼 걸죽한게 아니라 한국식 국처럼 되어있는 것이 특이하여 한국 생각이 났다. 물론 사진에는 없지만 후식에 아구아르디엔떼는 빠질 수 없다. 헤어지는 아쉬움에 식당에 나와서 다시 근처 카페를 찾아 들어가 더 이야기를 나누었다. 달콤한 케익에 와인을 뿌려 먹고, 진한 커피도 한잔...


대성당 앞 오브라도이로 광장에서 작별인사.

자, 이제 산티아고에 도착했으니 각자의 길을 떠날 차례이다. 아쉬움속에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꼭 연락하기로 한다.

마리아나는 처음에 포르투로 돌아갈 버스편을 알아보다가, 부모님이 차를 몰고 오후에 산티아고로 오신다며 기다리겠다고 한다. 카미노를 따라 포르투에서 이 곳까지 열흘을 걸어왔지만, 고속도로를 달려 되돌아 가는데는 불과 2시간 남짓하다니 허무하다. 클라우스와 귄터는 내일 독일로 떠나는 항공권을 미리 예매해 놓았다고 하며, 토마스는 발렌시아에 사는 부인이 내일 비행기로 산티아고에 도착하면 함께 피니스테레에 가기로 했다고 한다. 어쨌든 마리아나와는 달리 세 사람은 산티아고에서 일박을 한다.

다른 일행과 달리 나는 산티아고가 처음이기에 이틀밤 지내며 충분히 돌아보고 마드리드로 돌아가기로 했다. 카미노 순례가 끝나 각자의 길을 가게 되었음을 확인하는 듯 삼인방과 다른 숙소를 골라 짐을 풀었다. 숙소는 20유로짜리 낡은 호텔. 위치는 오브라도이로 광장 바로 앞이라 아주 좋은데 시설은 별로이다.

이제 드디어 혼자만의 시간, 적적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눈치 볼 사람 없이 마음껏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동네구경 상점구경도 하고 인터넷 카페에서 갈증(?)해소도 했다. 인터넷 카페에서는 네이버 카미노 카페에 산티아고 도착했다는 글을 남기고 한국인을 만나고자 접선시도(?)를 했으나 실패하고 다음날 결국 혼자 미사에 참석했다는... 네이버에 남겼던, 당시의 현장감이 그대로 묻어있는 글을 이곳에도 옮긴다.

http://cafe.naver.com/camino/7180

8월4일부터 포르투갈길 (포르투-산티아고)구간을 걷기 시작해서 여기 시간으로 오늘 오전(8월13일) 드디어 산티아고에 도착했습니다. 

포르투갈 길에 대해 간단히 정리하자면, 거리는 230킬로미터로 열흘정도면 끝낼 수 있구요, 지금 한참 휴가철임에도 생각보다는 사람이 없네요. 막판 삼일 정도는 알베르게가 거의 꽉차기는 했지만 반 정도 비어있던 알베르게도 많이 있었구요... 한국사람은 커녕 동양사람을 한명도 못봤어요.ㅠㅠ 순례자들이 스페인사람이 다수네요. 영어만 할줄아는 저는 순례자들하고도 말이 안통해서 많이 답답했어요... 스페인어 공부 좀 하고 올걸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답니다. 

한달넘게 프랑스길 걸으신 분들의 감동에는 비할바가 아니겠지만... 그래도 카미노의 한 구간을 이루어 냈다는 생각, 그리고 많은 외국인들과 어울려 포르투갈과 스페인을 마음껏 느꼈다는 생각에 큰 기쁨과 만족을 느끼고 있습니다.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려요!!

도착은 오전에 했는데 순례자 등록을 오후에 마쳤네요. 그리하여, 순례자 미사는 내일(8월14일, 목) 정오에 참석할 예정입니다.

혹시 이 글 보시는 분 중에 13일 저녁이나 14일 오전에 도착해서 14일 정오 미사 참석하실 분이 계실까 모르겠어요. 산티아고 대성당 앞 광장에서 성당을 등지고 섰을 때 정면 왼쪽 내려가는 방향으로 AVDA. DE RAXOI 라는 골목이 있습니다. 그 골목 들어서자 마자 있는 Cafe/Bar Obradoiro 에서 14일 11:20경부터 11:50분까지 밖에 앉아서 기다릴게요. 턱수염 가득나고 머리 짧은 한국남자가 보이면 제발 아는 척 좀 해주세요. ^^

첫눈마음님 내일쯤 도착하신다 해서 전화 드렸는데, 웬 스페인여자가 뭐라뭐라하고 돈은 뚝뚝 떨어지고 ㅠㅠ (아마 못받으셔서 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간게 아닐까 짐작합니다만 ㅎㅎ)

하여간... 모두들 부엔 까미노! ^_^



 

산티아고 대성당의 야경



[8/13(수) 쓴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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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식사 17.00유로
커피 2.50유로
콤포스텔라 통 1.00유로
마드리드 버스예약 46.44유로
인터넷 카페 1시간 1.75유로
첫눈마음님 전화 1.00유로
다시 인터넷 카페 30분 1.00유로
과자 1.00유로 <- 왠지 다 귀찮아서 저녁식사를 이걸로 때웠음 -.-;
숙소 20.00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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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 91.69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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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mir| 2010/05/19 10:21 | 댓글주소 | 수정/삭제 | 답변
짝짝짝! 잘봤습니다. 한참 지나서 쓰는데도 기억력이 짱이시군요^^ 도착해서의 묘한 기분이 글에서도 느껴지네요. 마음속에 남을 여행인 것 같습니다. 여행기로 조금이나마 공유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한티 | 2010/05/27 01:35 | 댓글주소 | 수정/삭제
제 기억력이라기 보다도 메모와 사진의 힘이지요.
다음번 순례는 꼭 그대와 함께이고 싶습니다.
melitina| 2010/10/20 19:16 | 댓글주소 | 수정/삭제 | 답변
지금 처지엔 힘들지만 2년안에 꼭 가겠다는 다짐 겸 검색하다가 들어와서 가고픈 마음 더 커졌습니다. 여행기 잘 봤습니다^^
한티 | 2010/11/02 01:18 | 댓글주소 | 수정/삭제
꿈꾸며 준비하시다 보면 꼭 가게 될 날이 올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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