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9일(토) [카미노6일] Porrino - Redondela (14.2km)

Porrino를 출발, Redondela까지 짧은 거리만 가서 멈추었음. 조금 더 가서 Arcade에 묵을까도 생각했으나 그냥 알베르게가 있는 Redondela 까지만 가서 푹 쉬기로 함. 거리는 짧았으나 중간에 야트막하지만 산도 하나 있었고, 몸 상태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음.

이틀전 37km 가까이 걸은 이후로 마리아나가 힘들어해서 오늘은 짧은 구간을 목표로 잡았지만, 체력이 넘치는 아저씨 3인방은 아쉬움이 생기는지 일단 Redondela까지 가보고 괜찮으면 Arcade까지도 가 보자고 했다. 일찌감치 7시에 알베르게를 떠나 첫 카페에서 아침식사로 커피+토스트를 먹고 다시 걷다보니 일찌감치 11시반에 Redondela에 도착했다. 아저씨 3인방, 마리아나 상태를 보더니 굳이 더 가자고 하지 않고 Redondela에 멈추었다. (나도 실은 멀쩡한 척 하지만 힘들었는데 잘 됐다.^^) 

Redondela를 향해서 가던 길에서... 산을 넘자 나타나던 마을.

Redondela 알베르게

Redondela 알베르게 앞에서 수염난 한국인 순례자...


일찍 도착했는데 알베르게는 1시에 연다. 가게에서 Estrella 맥주와 땅콩을 사다가 알베르게 앞에 앉아 나누어 먹으며 기다렸다. 낮밤 없이 늘 맥주와 함께하는 일행들, 정말 마음에 든다. ^^

점심은 근처 식당에서 몇가지 요리를 시켜 나누어 먹고, 개인별로도 하나씩 더 시켜 먹었다. 나는 스페인 음식인 또르띠야(Tortillas)를 먹었는데, 감자와 계란으로 넓적하게 전처럼 부친 음식이다. 다른 식당 메뉴판에서 영어로 Spanish omelet이라는 것을 보았는데 바로 이 음식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그 외 올리브 기름이 찍어 먹는 생선요리도 있었고(앤초비가 아니었을까 싶은데 기억이 가물가물), 빵 위에 생선을 올려 먹는 것도 있었다. 물론 시작은 어제 저녁에도 맛 본 에스뜨레야 갈리시아 맥주와 함께, 요리를 먹는 중에는 비노(와인), 다 먹고 나서는 카페(커피)까지, 즐거운 음료(?)의 향연도 빠질 수 없다. ^^ (굳이 억지로 취하기 위해 '먹고 죽자'고 덤비는 음주가 아니라 식사하며 기분 좋게 곁들이는 음료수 같은 음주 문화, 딱 내 스타일이다.) 

앤초비(..가 아닐까 싶은 생선)를 올리브유에 담가 먹었음

에스뜨레야 갈리시아를 배경으로, 생선을 빵에 올린 음식. 생선을 빵에 올린다는 것이 좀 어색하게 느껴지는데, 유럽인 일행들은 별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음.

또르띠야(감자가 많이 들어간 스페인식 오믈렛)

마무리는 진한 에스프레소 커피로...


식사를 마치고 알베르게에 들어왔다. 카미노에서 일행들은 보통 식사 후 오후 시간에 이 땅의 관습대로 낮잠(씨에스타, siesta)을 잔다. 나도 보통은 침대에 누워 일기를 쓰다가 잠이 오면 자기도 하고 안그런 날은 이런 저런 생각에 잠기거나 근처를 둘러보기도 했다. 마침 이날은 이것저것 끄적인게 좀 많은 편이다. (따라서 이날의 여행기도 내용이 많다.^^)

카미노를 걸으며 내 신체에서 가장 걱정되었던 곳은 오른쪽 무릎이다. 원래 오른쪽 무릎 연골이 좋지 않아 많이 걷거나 뛰면 아플 때가 있다. 예전에도 하프 마라톤에 도전한다고 연습하다가 무릎이 맛이 가서 정작 대회날에는 15km 정도 뛰다 포기했던 기억도 있고 해서, 이번 카미노 걸으며 무릎에 무리가 안가도록 신경을 많이 썼는데, 그래서 그런지 고맙게도 카미노가 끝날 때 까지 무사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왼발 바닥이 좀 부어 아프다. 어쨌든 근심거리인 무릎은 괜찮으니 다행이라고 할까...

이곳 Redondela는 바다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육안으로 바다가 보이지는 않았지만 포르투에서 많이 듣던 갈매기 소리가 들려와 반갑다. 갈매기 소리가 들리니 내일 쯤이면 조개요리 먹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조개는 카미노 순례자의 상징으로서 카미노를 걷는 많은 순례자들이 배낭에 조개 껍데기 장식을 매달고 다닌다. 먼 옛날 성 야고보(산티아고)의 시신을 실은 배가 이베리아 반도에 상륙했을 때, 성인의 관에 조개 껍데기가 붙어있던 것이 유래라던가? 아저씨 삼인방도 조개 껍데기 장식을 매달고 있길래 어디서 샀냐 물었더니, 예전에 산티아고 나도 조개 요리를 먹고 나서 그 요리에 쓰인 껍데기를 가져다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오오 그냥 파는 것에 비해 훨씬 의미가 깊어 보인다. 그래서 나도 기념으로 조개 껍데기를 간직하고 싶어 조개요리를 먹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후에 혼자 잠시 산책을 하는데 순례자 7,8명이 알베르게에 자리 없어서 다른 숙소를 찾고 있더라. 아무래도 8월 성수기이다 보니 스페인 지역에 들어서서부터는 사람이 부쩍 많아진다. (물론 프랑스 길에 비해서는 훨씬 한산하지만...) 내일부터는 우리도 숙소에 너무 늦게 도착하는 일이 없도록 조금 더 신경써야 할 듯.

저녁 먹으러 가기 전 카페에 잠시 앉아 맥주 한잔씩 하는데 몸이 별로 안좋아서 콜라를 마셨다. 어제 같은 불상사가 없으려면(알베르게 문이 닫혀 노숙할 뻔 한...) 오늘은 일찍 먹고 10시전에는 들어와야지 생각하는데, 일행들 스페인어로 쑥덕쑥덕 하더니 슈퍼에서 장 보아다가 숙소에서 먹기로 결정해버렸단다. 그래서 일인당 5유로에 푸짐하게 한 상 차려 먹었다.

우리 다섯명의 식단은 다음과 같다: 와인 두병. 바게뜨 같은데 좀 짧은 빵 여러개. 치즈 2덩이, 하몽(햄 종류), 조개 파이, 후식용 달콤한 빵 등등.  한국인인 내게는 신기하게도 슈퍼 한쪽의 치즈 코너에서 마치 정육점 고기 잘라 팔듯이 치즈를 잘라 무게 달아서 팔았다. 하몽도 역시 큰 덩어리를 떼어서 슬라이스로 썰어 주었다.
 

건배하는 순간. 파이와 빵, 치즈, 하몽이 보인다.

치즈와 하몽을 넣고 샌드위치 만들어 와인을 음료삼아 먹고, 조개가 들어간 파이도 먹는다. 조개가 파이안에? 익숙치 않은 조합이라 신기해 하는데 클라우스는 안먹는다. 원래 자기네 집안은 해산물을 안먹는다나. 나중에도 해산물을 한번도 안 먹어본 유럽인들을 몇명 더 만났다. 당연히 누구나 해산물을 먹는 한국에만 살다가 이런 것도 신기한 경험이다. 그리고 디저트는 달콤한 빵과 파인애플로 마무리. 실은 파인애플은 우리가 산건 아니고 알베르게 옆테이블에서 식사하던 발렌시아 출신 앙헬이 나눠 줘서 먹었다. 앙헬(스펠이 Angel이다!)은 백발의 중년 아저씨인데 부인와 함께 걷고 있었다. 앙헬은 내가 Porrino 알베르게에 깜빡하고 잠바를 두고 온 것을 보고는 챙겨 들고와 이곳 알베르게에서 돌려주었다. 자기 짐만 들고 오기도 무거울텐데, 아이고 고마워라...

하몽과 치즈가 들어간 샌드위치... 별거 들어간거 없어 보이는데도 참 맛있었다. 원산지에서 먹는 맛이라 다른걸까? 빵도, 치즈도, 하몽도...

[8/9(토) 쓴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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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식사 커피+토스트: 1.5유로
맥주+땅콩 얻어먹음
알베르게 이용: 3유로
점심 또르띠야 등: 12유로
저녁 장봐다 먹음: 5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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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 21.5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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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든| 2010/04/26 16:00 | 댓글주소 | 수정/삭제 | 답변
구경 잘하고 갑니다. 작년 프란세스길 마치고 파티마 성지를 버스로 다녀오면서 포르토,비고 등 멋진 도시들을 겨우 차창 밖으로만 보고 왔습니다... 다시 가고 싶은 그곳들.. 좋은 사진과 글들 감사 드립니다.
제가 다녀온 프란세스길은 제 블로그를 참조하세여, http://blog.daum.net/goodgarden/
앞으로 더 좋은 Camino 많이 가지시길 기원드립니다.
한티 | 2010/05/05 05:33 | 댓글주소 | 수정/삭제
프랑스길 다녀오신 순례자시군요. 저도 기회가 닿으면 파티마도 가보고 싶고 프랑스길도 꼭 완주해보고 싶습니다.(이때도 이틀 정도만 더 여유 있었으면 파티마를 들렸을텐데...아쉽네요) 가든님 블로그도 구경 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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