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10일(일) [카미노7일] Redondela - Pontevedra (18.2km)

Redondela를 출발 해 Pontevedra까지 18.2km를 걸었다. 도중에 멀리서나마 바다를 볼 수 있는 구간. Pontevedra에서는 일행이 바다 구경 나갈때 컨디션 조절을 위해 혼자 숙소에서 쉬며 다른 순례자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Pontevedra는 시작점인 포르투와 도착점인 산티아고를 제외하고는 가장 큰 도시로 성당이 여러개 있었는 데 그 중 San Francisco성당에서 주일미사를 드렸다.

아침 6시 경에 일어나 출발했다. 한국의 8월이라면 6시는 해가 반짝 떠오른 시간이지만 이곳은 아직 캄캄하다. 스페인에서는, 해가 늦게 뜨고 늦게 진다. 내가 걸은 8월 초 기준으로 7시 넘어서 해가 뜨고 10시가 다 되어야 어두워지는 정도. 지리적으로는 경도상 영국과 비슷하면서도 굳이 동쪽에 있는 독일, 프랑스 등과 같은 표준시를 쓰기 때문이다. 갈수록 일행들 일어나는 시간이 일러지는 느낌이다. 일찍 일어나는 것이 잠이 많은 나에게는 만만치 않은 일이다. 그냥 따라다니지 말고 내 신체리듬대로 갈까 싶다가도 또 이들과 함께하며 얻는 것이 크기에, 깨워주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따라 나섰다.^^

오늘의 목적지는 Pontevedra로서 18.2km 거리로서, 가까운 거리이지만 더 가려고 해도 별로 대안이 없다. Pontevedra를 지나서는 18km를 더 가야 다음 알베르게가 있는 Briallos 까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길 쪽은 워낙 알베르게가 촘촘히 있어 그때그때 거리를 조절 할 수 있는 몇가지 대안이 있는 반면 이쪽 포르투갈길은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

전날 Redondela에서부터 갈매기 소리가 간간히 들리는게 바다가 가까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는데 아침에 출발하고 얼마 되지 않아 바다를 볼 수 있었다.

7시가 조금 넘은 시간, 아직 어둠이 다 가시지 않았다.
마치 강처럼 보이는 이 곳은 실은 바다가 깊숙히 들어온 만.
스페인어로 Ria de Vigo, 우리말로 옮기면 비고만 정도 될까.

비고만은 점점 좁아져 카미노와 만나는 지점에서는 이렇게 작은 다리로 건널 수 있게 된다.

산티아고가 69.971km 남았음을 알리는 표지.
오늘을 포함해서 4일만 걸으면 산티아고에 도착이다.

어느 포도밭 입구에 서 있던 십자고상.
오랜 가톨릭 전통을 가진 나라임을 곳곳에서 알 수 있다.

도시 입구에 있던 Pontevedra 알베르게

일찍 출발해 11시에 Pontevedra에 도착했으나 1시에 알베르게 문을 연다. 상대적으로 한산한 포르투갈길이긴 해도 8월초 극성수기이자 산티아고를 불과 수십km 앞 둔 Pontevedra부터는 드디어 말로만 듣던 '알베르게 앞에 가방으로 줄 세우기' 광경을 볼 수 있었다. 가방이 나 대신 줄을 서 있는 동안 우리는 건너편 식당으로 가서 음식을 먹었다. 스페인/포르투갈 사람들은 2시경에 점심을 먹는 문화가 있기에 아직 때는 안되었으나, 배가 고팠던 나는 샌드위치(이곳에서는 '보카디요'라 부르는...)를 먹었다.

큼직한 빵 조각에 치즈를 넣은 간편 샌드위치

식당 입구에는 가스통을 연결해서 큰 통에 뭔가를 끓이고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문어! 문어 한 마리가 통째로 끓고 있다.
문어는 이쪽 지역에서 유명한 음식 중 하나이다.

일행은 바다를 구경하러 나간다는데 나는 혼자 알베르게에서 쉬었다. 카미노 중에 걸은 강같은 비고만이 아니라 제대로 된 바다를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여전히 몸 컨디션이 좋지 않음이 느껴져 푹 쉬고 빨리 회복하고 싶은 마음이 더 강했다. 덕분에 다른 순례자들과 어울릴 수 있게 된 점은 좋았다. 순례 둘째 날부터 일행이 되어 쭉 함께한 클라우스, 귄터, 토마스, 마리아나 그룹 외에도 여러 다른 순례자 그룹이 많이 있었는데, 이 날은 주로 스페인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미겔, 리요, 실비아, 암파로 등등. 미겔은 키는 훤칠하게 큰데 10대 소년이다. 정확한 나이는 기억이 안나는데 고등학교 1학년 정도로 느낌이 남아있다. 아버지와 함께 걷고 있는 중. 문득 집에 두고 온 어린 딸이 생각난다. 나도 나중에 딸을 데리고 같이 도보여행을 할 수 있을까? 십년, 아니 십오년 후 쯤? 미겔은 어려서 그런지 더 호기심이 많은 듯 하다. 한국에 대해 궁금해하여 많이 얘기해주었다. 아직 어린 친구지만 벌써 3번째 카미노를 걷고 있다고 한다. 암파로는 한국어로 자기 이름을 어떻게 쓰는지 궁금하다고 하여 한글로 암파로 세 글자를 또박또박 써 주었더니 좋아한다. 또한 영국에서 온 어떤 남자는, 홍성에서 반년간 학원 영어선생님을 했다고한다. 한국말도 몇마디 하면서 자기는 more Korean than Spanish란다.ㅎㅎ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알베르게로 돌아온 아저씨 삼인방의 오늘 작전회의를 들어보니 내일은 20여km 거리의 Caldas de Reis까지 갈까, 아니면 일인당 4유로짜리 가방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여 Padron까지 40km를 맨몸으로 걸어갈까를 논의중이다. 음, 뭔가 흥미로운 계획인데? 하지만 결국 그냥 Caldas까지만 가는 것으로 결론낸다.

오늘은 이번 전체 여정에서는 두번째, 그리고 카미노 순례를 시작하고는 첫번째 일요일이다. 원래 결심은 매일 알베르게에서 가까운 성당에서 매일 미사를 드리는 것이었는데, 한번도 지켜지지 않았지만 ^^ 주일미사라도 제대로 챙겨보고자 알베르게 봉사자인 마리아호세에게 도움을 청했더니. 친절하게도 근처 성당 몇군데에 전화를 돌려 미사시간을 알아봐줬다. 성당 위치와 시간 등을 종합하여 오후 7:30에 산프란시스코 성당 미사로 결정.

성당 가는 길에서 찍은 Pontevedra 시가지. 
이번 나의 포르투갈길 카미노 여정에서 출발지인 Porto와 도착지 Santiago를 제외하면 가장 크고 번화한 도시였다.
한국으로 치면 읍,면 소재지 분위기의 도시만 지나쳤는데 이곳은 정말 도시다운 느낌.


산 프란시스코 성당(Convento de San Francisco)에서 저녁 미사를 드렸다.
일행 중 가톨릭 신자인 토마스와 마리아나가 함께 해주었다.
물론 두 사람도 주일미사에 정기적으로 나가던 사람은 아니지만,
지구 반바퀴 돌아 먼곳에서 찾아온 이방인 신자를 위해 기꺼이 나서주었던 것.

Peregrina('순례자'의 여성형) 성당, 즉, 여자 순례자 성당이라는 이름이었는데 정확한 유래 등은 잘 모르겠다.
궁금해서 안에 들어가보고도 싶었지만 따라와 준 마리아나와 토마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또 한편 귀찮기도 해서 그냥 사진만 찍고 돌아갔다.
근데 지금 생각하면 들어가 볼걸 후회된다. ^^

저녁식사는 다시 숙소 앞에서... 점심때 먹었던 바로 그 곳이다. 
역시 이곳은 바다 근처인지라 해산물 몇가지 시켜 나눠먹고 나는 쇠고기+감자요리 한접시 시켜서 먹었다.
점심때 한참 삶고 있던 그 놈인지는 몰라도 문어가 올라와 맛있게 먹었다.^^

[8/10(일) 쓴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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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보카디요: 2.70유로
알베르게: 3유로
알베르게에서 커피: 0.8유로
저녁식사: 10유로
미사헌금: 1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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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 13.5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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