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2008_카미노 |
2008/08/28 01:03 |
한티
시작하며 - 포르투갈 길을 다녀왔습니다.
2008년 8월 1일부터 17일까지 2주 남짓한 기간동안 산티아고 가는 길(Camino de Santiago), 그 중에서도 포르투에서 산티아고까지 이어지는 포르투갈 길을 걷고 왔습니다. (사도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스페인 북서부의 도시 산티아고(Santiago de Compostela)까지 걷는 이 순례길을 부르는 방법이 여러가지 있지만 지금부터는 간단히 카미노라 부르겠습니다.)
이전에 소개했던 대로 이 순례길은 도보로 평균 한달 이상 걸리는 800여km의 프랑스 길(Camino Frances)이 가장 유명하고 중심이 되는 길이지만, 저는 시간의 제약으로 인해 프랑스 길 전체를 걸을 수가 없었습니다. 대안으로 프랑스 길의 마지막 부분을 걷는 방법도 있었지만(예를들면 아스토르가에서 산티아고까지) 때가 한창 휴가철이라 프랑스 길 막바지에는 사람이 지나치게 많이 몰린다는 정보를 듣고, 제게 주어진 기간에 딱 맞으며 덜 번잡한 길을 찾게 되었고 그 길이 바로 제목의 포르투갈 길(Camino Portugues)입니다.
녹색은 포르투에서 시작하는 230km 포르투갈 길.
카미노에 대한 자료를 찾아나설 때 가장 먼저, 그리고 쉽게 접하게 되는 자료는 프랑스 길에 대한 것입니다. 프랑스 길에 대해서는 정리된 자료가 비교적 많이 있으므로 저는 포르투갈 길이 프랑스 길과 다른 점에 더 초점을 두어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카미노 자체에 대해 궁금하신 분은 이전에 썼던 산티아고 가는 길(Camino de Santiago)을 참고해주세요.)
포르투갈 길의 특징 - 프랑스 길과 비교
짧다.
일단 포르투갈 길은 짧습니다. 프랑스길이 생장부터 시작할 때 평균 한달이상이 걸리는 반면, 포르투갈 길을 포르투(Porto)에서 시작하면 열흘 내외로 걸립니다. 총 길이가 230km 정도 된다고 하며, 저는 정확히 열흘 걸어서 도착했지요. 카미노를 걷고자 하지만 긴 시간을 내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평탄하다.
프랑스 길은 해발 1000m가 넘는 산만해도 여러개 넘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포르투갈 길을 걸으며 만난 가장 높은 산이 겨우 400m였습니다. 아무래도 바닷가에서 멀지 않은 코스이다 보니 높은 산을 만나지 않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장점이라면 초보자도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지만 반면에 높은 산에서나 볼 수 있는 웅장한 자연경관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 이번 순례중 전에 다른 길로도 걸어봤던 사람들이 말하기를 다른 길들은 산이 많아서 경치가 더 좋았더라는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하지만 걷는 중 간간히 바다(대서양!)를 볼 수 있었다는 점과 해산물 요리를 많이 먹을 수 있었다는 점은 좋았습니다.
갈리시아의 기후
프랑스 길을 걷고 쓴 책들을 읽어보면 마지막에 산티아고가 속한 갈리시아 지방에 들어서며 기후가 바뀐다고 하더라구요. 뜨겁고 건조한 스페인 내륙에 비해 비가 자주 오고 한낮의 태양도 상대적으로 견딜만한 갈리시아의 특징적인 기후. 포르투갈 길의 절반은 갈리시아에 속하며, 나머지 절반인 포르투갈도 거의 비슷한 기후입니다. 다행히 여름은 워낙에 비가 안오는 철이라 열흘 중 단 하루만 보슬비가 오고 말았지만 다른 계절에는 비가 자주 내린다더라구요. 또한 기온이 그다지 높지 않아 이곳의 8월 초가 한국의 초가을 날씨 정도로 느껴졌습니다.
덜 붐빈다.
산티아고에 도착하는 순례자의 90%이상이 프랑스 길을 걸어서 도착하고, 포르투갈 길은 6% 정도밖에 안된다고 합니다. 순례자도 적고, 그만큼 알베르게도 적습니다. 열흘동안 세 번은 도착지에 알베르게가 없어서 저렴한 호텔이나 유스호스텔을 이용해야 했지요. 하지만 알베르게가 있는 곳은 다들 만족스러웠습니다.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리는 8월 초였음에도 프랑스 길 막판에 흔히 벌어진다는 숙소경쟁은 볼 수 없었으니까요. 만약 봄이나 가을에 이 길을 걸으면 고독을 만끽하게 될 것 같습니다.
덜 알려져 있다.
출발 전 한국어나 영어로 된 자료 구하기가 힘들었으며, 그래서 그런지 이쪽 순례자들은 이 동네-스페인과 포르투갈사람들이 대다수였습니다. 물론 프랑스길에도 스페인 사람이 많겠지만 이쪽만큼 많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스페인어가 더 절실했습니다. 제가 할줄 아는 말은 한국말이랑 영어 밖에 없는데, 현지 주민뿐만 아니라 순례자 중에도 영어 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는 것이죠. 또한 스페인/포르투갈인이 아닌 소수의 사람들도 제가 만나기로는 다들 유럽 사람이었으며, 저를 제외하고는 아시아나 아메리카 등 타 대륙에서 넘어온 사람은 아쉽게도 한 명도 볼 수 없었습니다. 이따금씩 홀로 이방인이 된 느낌을 느꼈다고 할까요?
하지만 여기도 카미노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 길도 산티아고 가는 길, 카미노 데 산티아고의 하나이므로 100km이상 걸어서 산티아고에 도착하면 순례자 사무소에서 증명서(콤포스텔라)를 발급해 줍니다. 그리고 내게 필요한 모든 것을 담은 배낭을 매고 노란 화살표를 따라 매일 몇시간씩 걷는 경험, 걸으며 혹은 쉬며 하게 되는 많은 생각들, 각기 다른 생각과 다른 동기로 카미노를 걷기 시작했지만 같은 길을 가는 순례자라는 이유로 금새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 이 곳은 카미노입니다.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들
이번 카미노 여행기는 다음과 같이 정리해서 올릴 예정입니다.
I. 구간별 카미노 여행기
- Porto - Rates
- Rates - Barcelos
- Barcelos - Ponte De Lima
- Ponte De Lima - Valenca
- Valenca - Porrino
- Porrino - Redondela
- Redondela - Pontevedra
- Pontevedra - Caldas De Reis
- Caldas De Reis - Padron
- Padron - Santiago De Compostela
- 카미노 준비
- 마드리드 여행기
- 포르투 여행기
- 산티아고 여행기
- 그 외 여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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