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탄시장에서 국수 먹는 사이 한바탕 비가 크게 퍼부은 후 동커이 지역을 걸었다.

11월에서 4월까지가 이곳 남부에서는 건기에 속하고, 나머지 5월부터 10월까지는 우기이다. 즉, 우리는 우기에 여행한 셈인데, 얼핏 생각하기에는 그 좋은 건기 두고 왜 우기에 여행했나 싶겠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우기에는 비가 오기때문에 더운 열기를 식혀줄 뿐 아니라, 우리의 장마철과는 달리 하루중 비가 오는 때가 대충 정해져 있어서 그다지 불편하지 않다. 보통 오전부터 오후 일찍까지는 해가 쨍쨍 내리쬐다가 오후 늦게 먹구름이 몰려와 한차례 퍼부은 후 운 좋은 날은 곧 다시 개고, 운 나쁜 날은 찔끔찔끔 저녁까지 이어지는, 그런 양상이었다.

동커이는 이 동네에 있는 길 이름 중 하나인데, 그 길 일대의 번화한 지역을 대충 다 동커이라 부른다. 호치민에서 가장 번화한 동네이며 고층빌딩도 많고 유명한 관광지나 유명한 식당, 쇼핑센터, 고급 호텔도 많다. 우리 숙소가 있는 팜응우라오-부이비엔-데탐 지역이 다소 저렴하며 배낭여행자를 위한 곳이라면 동커이는 좀 더 호화스럽고 번화한 곳이라 할 수 있겠다.

Old builiding in Dong Koi
[비 온 후의 인민위원회]

멋지기로 소문난 인민위원회 건물 꼭대기에는 베트남 국기가 펄럭이며 건물 앞 광장에는 호치민이 소녀를 안고 인자한 눈빛으로 내려다 보는 동상이 있다. 실제 호치민이 어떠한 사람이었는지 정확히 모르지만, 이곳 베트남 사람들에게는 독립전쟁과 통일전쟁을 이끈 강력한 지도자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인자하고 부드러운 모습으로 알려져 있는 듯 하다.

hantiokmir

Notre Dame Cathedral in Dong Koi
[노틀담 성당과 성모상]

프랑스도 아닌 베트남에 노틀담 성당이 있는건 식민시대 프랑스인들이 세웠기 때문일 듯. 우리들의 마나님께서는 십자가가 꽂힌 둥그런 공을 들고 계신다. (Notre-Dame은 영어로는 Our Lady에 해당하는, 프랑스어로 '우리들의 귀부인'이라는 뜻. 물론 의역을 하자면 '성모님'이 되겠다.) 공을 들고 있는게 무슨 의미일까 모르겠네.

뒤로는 한국 기업에서 지었다는 다이아몬드 플라자 (백화점)이 보인다. 잠깐 구경가 보았는데 한국에 있는 백화점과 다를 바 없이(심지어 물가까지도) 근사하게 잘 해놓았다. 물론 그렇게 비싼데서 쇼핑을 할 리는 없다.

Notre Dame Cathedral in Dong Koi
[노틀담 성당의 네온 성모상]

베트남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가톨릭 신자들의 독특한 신앙심의 표현일까, 실내 성모상 뒤에 푸른 네온사인이 빛나고 있다.

Notre Dame Cathedral in Dong Koi
[미사를 드리는 오토바이 행렬]

마침 미사가 진행중이었는데 굳이 성당에 안들어가고 밖에서 미사를 드리는 오토바이 행렬이 보인다. 왜 그럴까? 자리가 없어서? 누가 오토바이를 집어갈까봐? 아니면 더워서?

Post office
[우체국 내부]

성당 근처에는 꽤 오래되었다는 우체국이 있다. 고풍스러운 겉모습도 겉모습이지만 내부에 들어오면 더욱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 사진에 그 모습을 제대로 못담아 아쉽다. 이곳은 실제 우체국 업무를 보고 있으며 또한 관광 자원으로도 쓰이고 있었다. 이곳에는 (베트남에서 보기 힘든) 공중전화가 있어 한국으로 전화를 해보려 했으나 실패. 월드패스카드 사용법 및 연결 전화번호를 적어갔는데 뭐가 잘못됐는지 되지 않았다. 전화는 결국 나중에 인터넷 카페에서 걸었다.

Cafe
[베트남식 커피]

동커이를 이리 저리 걷다가 잠시 쉬기 위해 어느 카페에 들어갔다. 동커이 치고는 그다지 멋지거나 고급스러운 곳은 아니었지만 지친 다리를 쉬어 가기에는 딱 좋은 곳이었다. 베트남은 커피 생산국이기 때문에 커피를 저렴하게 마실 수 있다. 베트남식 커피 마시는 방법은 무지하게 진한 커피에 설탕이나 연유를 타먹는 것. 거기에 얼음까지 넣으면 금상첨화!

위 사진에서 왼쪽은 내가 마신 Ca phe sua da (연유가 들어간 냉커피), 오른쪽은 처남이 마신 Ca phe kem (아이스크림 커피).

Cafe Cafe
[시원한 차는 공짜 - 리필도 가능] / [카페에서 가이드북을 보는 Hanti의 모습]

이 카페에서의 커피 가격은 한 잔에 만동 남짓. 우리돈으로 천원도 안하지만 현지식으로 먹은 아침식사 가격보다 비싸니 그리 싸다고만은 말 못한다. 어쨌든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만족스러운 카페에서의 휴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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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식사, Bo Tung Xeo: 보퉁세오]

저녁식사는 베트남식 숯불구이 Bo Tung Xeo. 론리 플래닛에서 소개하기를 일인당 3만동 정도에 먹을 수 있다 해서 갔더니 왠걸, 거의 10만동은 있어야 먹을 수 있다. 아무리 가이드북이 조금 묵었다고 하지만 그 새 물가가 세 배나 올랐다는 말인가? 예상과 가격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갈등을 하는데, 매니저가 한국사람이냐 묻더니 우리 옆 테이블에 앉은 한국 아저씨를 소개해 주네. 오, 이런 곳에서 한국인을?

우리 아버지 뻘 되는 이 분은 골프치러 이곳에 혼자 오셨다고 한다. 처음에는 약간 의아했으나 말씀을 들어보니 원래 혼자서도 이곳 저곳 많이 다니시는 자유인이신 듯. 연세가 있는 한국 아저씨들이면 보통 한식집을 찾을 것 같은데, (마침 이 식당 바로 옆에 한식집 서너개가 몰려있었다) 이 분은 이미 다 통달하셨는지 맛난 현지식을 찾아 다니신다.

하여튼 이분이 여기 맛있고 좋다고 하셔서 예산 오바임에도 그냥 눌러앉아 먹게 되었다. 숯불구이 보퉁세오 1인분에, 게 한 마리. 거기에 바바바 맥주까지. (333 맥주인데 현지어로 읽으면 바바바)

보퉁세오는 우리 양념갈비랑 비슷한 양념을 한 고기라 친숙한 맛인데, 작은 불판에 한번에 조금씩 올려 구워 먹는게 다르고, 상추/풋고추/마늘 대신에 토마토/양파/양상추와 함께 먹는다는게 다르다. 어쨌든 한국인들도 좋아할만한 맛있는 요리임에는 분명하다. 게는 별다른 양념은 없고 그냥 익혀서 먹는건데, 가격이 한국에 비해 엄청 저렴하다는게 최대 장점이랄까.

둘이서 대략 이십만동, 우리돈 만육천원 들었다. 예산은 초과했지만 약간 떠들썩하면서도 활기찬 식당 분위기가 좋았고 음식도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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