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호치민에서의 마지막 아침.

전날 늦게까지 비아허이를 마시고 놀았더니 약간 늦게 일어났다. 뭐, 스케줄 짜여있는 패키지가 아니니 이런게 마음대로라 좋다. 더욱이 오늘은 투어도 없는 날. 일단 숙소 체크아웃을 하고 짐은 저녁때까지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처남이 오늘 아침은 길거리 노점에서 많이 보던, 빨간 국물이 있는 음식을 먹어보자고 해서 돌아 다녀보는데 분명 어디선가 몇번 봤는데도 막상 찾으니 안보인다. 그래서 빨간 국물은 포기하고 그냥 아무 밥집이나 들어가서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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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노점은 아니고 허름하지만 건물안에 있는 곳인데 가격은 노점이랑 큰 차이가 없다. 고기 덮밥 만동(육백원), 돼지 껍데기는 약간 더 쌌다. 식사 후 시원한 냉커피는 각각 사천동(이백사십원)씩 받네. 이번 베트남 여행에서는 싸고 맛있는 음식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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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리 플래닛에서 "미리암만 힌두교 사원"이란 곳이 있다는 걸 보고 가보고 싶었는데 위치도 멀지 않다. 벤탄 시장 뒤쪽이라 전쟁박물관/통일궁 가는 길에 잠시 들려볼 수 있는 위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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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입구와 안쪽은 사람으로 북적북적. 특히 입구에는 향을 파는 사람들이 많다. 나에게도 향을 팔려고 하는데 내가 뭐 어떻게 쓰는건지 알아야 사지. 그냥 들어가보니 불을 붙여 제단 앞에 꽂고 기도를 하네. 위 사진에 머리가 여러개인 여신상이 있는데, 힌두교에는 이런 신이 수십명은 되는 것 같다. 여러가지 모습의 신상들이 사원 내에 둘러쳐있다. 이 나라는 거의 80%가 불교도라는데 그 불교도들이 여기 힌두교 사원이 신성해서 기도빨이 잘 먹는다고 믿어 이렇게 기도를 한단다. 희한하다. (여기가 인도도 아니고 힌두교 신자가 많을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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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두교 사원을 지나 조금 더 가면 전쟁박물관이 있다. 입구에는 베트남전때 쓰던 비행기, 탱크, 폭탄, 기타 무기들 몇개를 전시해 놓았고, 안에는 대부분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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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기자들이 찍은 사진인데 대한의 군인들 모습도 있길래 찍어봤다. 우리 군인들이 미군 다음으로 많은 수가 참전했다고 한다. 우리 나라 안에서도 참전을 두고 다양한 관점이 있지만, 내 관점은 - 쿠데타로 잡은 권력의 정통성을 인정받고 싶었던 위한 박정희 정권의 이익과 냉전시대에 공산주의 정권을 소탕하기 위해 지원이 필요했던 미국의 이익이 맞아떨어진게 아닐지. 뭐, 꼭 박정희 정권이 아니었더라도 냉전시대에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베트남인들은 이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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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고엽제가 쓸고간 후 변한 마을, 그리고 아이들의 모습. 이 정도는 강도가 약한 사진이다. 여러가지 끔찍한 사진들도 많았다. 우리 나라 참전용사들 중에서도 고생하는 분들이 많지만 고엽제의 피해 및 무시무시한 후유증을 담은 사진들, 그리고 전쟁 중에 벌어진 여러가지 참혹한 사진들도 많았다.

실외로 나가면 다른 한쪽에는 포로수용소를 재현한 건물과 단두대 등이 있었는데, 하노이에서 갔던 화로수용소와 비교하면 너무 초라해 실망스러웠다. 사실 화로수용소는 하노이에서도 꽤나 기억에 남는 곳이 아니었던가.



근사한 베트남식으로 맛있게 점심식사를 하고 (다음편에 자세히) 오후에는 바로 옆에 있는 통일궁을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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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이 통일궁의 외관. 통일궁은 프랑스 식민시대에 지어졌다가 남북으로 갈라진 동안에는 남베트남 대통령궁으로 쓰였고, 북베트남군 탱크가 아래 사진 가운데 보이는 철제 정문을 밀고 들어오면서 전쟁이 끝나게 되었다. 통일궁 내 전시실에는 탱크가 밀고 들어오는 당시의 사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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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도 푸르고 멀리 나무 숲도 멋지고, 참 전망이 좋다. 이 좋은 전망속에 적군의 탱크가 밀고 들어오는 걸 보며 남베트남 대통령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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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궁 내부는 대통령궁으로 쓰이던 당시의 호화스러운 모습을 대부분 보존해 놓았다. 왼쪽 사진은 대통령 집무실이던가. 커다란 상아 장식이 의자 뒤로 보인다. 뭐, 이런식의 멋진 방들이 수십개 쯤 있다. 오른쪽 사진은 옥상에 있는 헬기장. 빨간 원은 폭탄테러가 있었던 장소를 표시한 것. 남베트남 정부가 그다지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했는지 쿠데타 시도가 몇번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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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궁 안에서 내려다본 숲을 가까이에서 보면 위 사진같다. 오토바이 매연 가득한 호치민 시내에 그래도 이런 숲이 있어 다행이다. 여긴 산도 없다. 이 지역도 메콩강 삼각주처럼 사이공강의 삼각주 지역인지 호치민 시내 어디에서 산이 없고 도시 전체가 평지이다.

다음 편에는 마지막 날 먹은 음식들에 대해서 써보려 한다. (아마도 마지막편이 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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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aus
2006/10/22 00:21

남베트남 대통령 전쟁 끝나기 전에 미국으로 도망갔다고 들었던 듯 한데..

한국이 90년대에 벹남과 재수교하면서 공식적으로 요구한 것이, 우리를 '따이한(대한)'이나 '남주띤(남조선)'이 아닌 '한꾸억(한국)'으로 불러달란 것이었다고 합니다. 전쟁박물관에는 한국군인들을 참 여러가지로 표기해 놨는데, '따이한 군' '남주띤 군' '박정희 군대' 등이에요. 세 번째 이름이 참 슬프지요. 어쨌든 아마도 김영삼 정부 때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수교를 다시 하면서 우리 정부는 옛날 그 참전국의 이미지랑 선을 긋고 싶었던 모양이에요.

우리나라는 미군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병력을 파견했는데, 전투병을 파견하기론 미국 말곤 유일했던 걸로 기억하고요, 한국군 전투병들이 맡았던 지역은 주로 미군이 꺼려하던, 전투가 치열하고 험했던 지역이었어요. 한국군은 민간인 학살 사건도 참 많이 일으켰습니다... 한민족은 평화를 사랑해서 한 번도 남의 나라 침략한 적 없다, 그거 뻥이에요...

지금 벳남 정부의 공식적인 슬로건은 '과거를 덮고 미래로 나아가자'입니다. 그래서 벳남은 한국에게도 과거사에 대해 사과하라거나 배상하라거나 하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죠. 그건 한국의 투자가 중요한 벳남 경제상황 때문에도 어쩔 수 없는 일일 거에요. 하지만 아직도 전쟁을 겪은 세대들이 사회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마당에, 정부의 입장이니 어쩔 수 없지만 도저히 과거를 덮을 수 없는 사람들이 많겠지요.

호치민 전쟁박물관은 잘 아는 사람에게 설명을 들으며 다니는 것이 좋아요. 그냥 혼자 가서 보기엔 세세한 자료들이 많아서. 거기엔 벳남 지도에 각 나라 군대들이 주둔했던 곳을 표시해 둔 구조물이 있었는데, 한국군 표시가 떨어져나가 있던 것이 생각납니다. 유독, 다른 나라 표시는 안 그러는데 한국군 표시만 자꾸 떨어져나간다고 해요. 표딱지에 발이 달렸겠어요, 관람하는 한국 사람들한테 손이 달린 거지. 일본 사람들이 독립기념관 와서 전시물 훼손하고 간다고 그러면 뭐라고들 욕을 해 댈지..

hanti
2006/11/11 18:43

본문에 쓴 건 전쟁 끝나기 얼마 전에 한명 도망가고난 후 그 후임 대통령의 이야기로 알고 있어요. 역시 베트남에 봉사활동을 다녀와서 베트남전에 대한 이해가 남다르시군요. 자세한 설명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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