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7: 6/10(금) 오전
[일정요약]
쿠샤다스를 출발해 로마시대 고대도시 에페스를 구경했다. 전날 히에라폴리스에서 본 것과 비교할 수 없이 멋진 로마시대 유적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에페서스? 에베소? 에페소? 에페스!!!]
한국사람들에게 이 고대 도시는 비슷비슷한 여러가지 이름으로 알려져있다.
영어로는 Ephesus. 그래서 에페수스/에페서스라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또한 신약성서에 이곳이 등장하기 때문에, 개역한글판을 보는 그리스도인들은 에베소라 알고 있으며, 공동번역판을 보는 그리스도인들은 에페소라 알고 있다.
그렇다면 터키 현지인들은 뭐라고 부를까? 바로 에페스(Efes). 이 여행기에서는 혼란을 피하기 위해 현대 터키들이 부르는 이름대로 에페스라 부르기로 한다.
[고대 항구도시 에페스]
이곳 에페스는 로마시대 이전부터 번성했던 도시로, 로마시대만 해도 번청한 항구였으나, 인근 카이스트로스 강을 타고 흙이 씻겨내려와 퇴적되며 해안선을 밀어내어, 지금은 바다에서 몇 km 떨어진 내륙에 위치하게 되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고대 항구도시가 이렇게 내륙으로 옮겨졌다니 참 신기한 일이다.
기원전 129년 로마는 에페스를 아시아, 다시 말하자면 소아시아의 수도로 삼았다. 로마 시대에 지금의 터키 및 인근 지역을 아시아라고 불렀는데, 아시아라는 말이 현재의 큰 아시아 전체를 부르는 말로 확대되었기에, 로마시대때의 아시아는 소아시아라 부른다. 하여튼, 로마제국 아시아 속주의 수도였다니 대단히 크고 중요한 도시였음에 틀림없다.
위 사진에서 보이는 큰 길은 바로 Harbour Street, 항구 도로이다. 지금도 멀리 내다 보면 바다가 살짝 보인다. 저 뒤로 멀리 뿌옇게 보이는 산 바로 앞에 파란 물이 보이는가? 그곳이 현재의 바다이지만, 예전에는 이 항구 도로가 끝나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까지 바닷물이 들어왔다고 한다. 그 옛날 에페스가 항구도시일 때, 배로 물자 및 사람을 실어 나르느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지나다녔을까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다.
[풍요와 다산의 여신 아르테미스]
에페스는 예로부터 풍요와 다산의 여신 퀴벨레를 섬겼는데, 이는 이지역 토속 여신이며, 그리스 시대로 넘어오며 그들의 영향을 받아 역시 풍요와 다산의 여신 아르테미스(로마 신화로는 디아나)를 섬기게 되었다. 이곳에는 당시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불리던 아르테미스 신전이 있어 온 아시아(소아시아)에서 순례객이 몰렸다고 한다. 이곳에서 출토된 아르테미스 여신상은 현재 셀축시내 에페스 박물관에 있으며, 유적지에는 모조품을 세워놓았다.
또한 에페스는, 신약시대 사도 바울로(번역에 따라 바울/바오로)가 제2차 전도여행 때 들렸을 뿐 아니라, 제3차 전도여행 때는 무려 27개월이나 이곳에 머물며 전도를 했다고 한다. 스스로 "문이 활짝 열렸다"고 표현할만큼 성공적인 전도활동을 했던 곳. 그러다보니 은으로 작은 아르테미스 여신상을 만들어 순례객들에게 팔아 먹고 살던 은장이들이 자신의 수입을 줄이는 바울로 일행과 크게 다투기도 했다고 한다. 이 때 바울로 일행이 끌려가 곤욕을 당했던 곳이 바로 아래의 노천 극장.
[터키에서 가장 큰 노천 극장]
터키 곳곳에 있는 고대 노천 극장 중 가장 규모가 커 2만4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극장이 바로 이곳에 있다. 석상 등의 보존 상태는 히에라폴리스 노천 극장이 잘 되어있었지만 규모는 이곳이 몇 배 더 크다. 중앙 무대를 통해 극장에 들어가다 보니 영화 글래디에이터가 생각났다. 저 문을 통과해 무대로 나가면 사자나 무장한 군인이 날 노리고 있는게 아닐지... -.-; 실제로 글래디에이터, 즉 검투사들의 격투도 바로 이곳에서 이루어졌다고 한다. (나중에 에페스 박물관 편에서 또 소개하겠다.)
[여러가지 유적들]
에페스 유적을 소개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셀수스 도서관. 그 옛날에 이런 도서관이 있었다니. 입구의 4개 여신상은 각각 지혜, 사색, 학문, 미덕을 상징하며, 현재 보는 것은 모조품이고 진품은 박물관에 있다나. 간혹 사도 바울로가 복음을 전하던 두란노 서원(디란노 학원)이 이곳이라는 말이 있으나, 실제 이 도서관은 사도 바울로의 시대보다 훨씬 나중에 지어졌으므로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나름대로 수세식이라 변기 밑으로 물이 흐르고 있다. 로마시대에는 남성전용이었다고 한다.
번화했던 에페스의 주요 도로 였음이 분명한데....
우리가 서 있는 이 길로 이천년전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걸어다녔을까 상상해보면 가슴이 벅차다.
[못 가본 곳 세 가지]
1. 성모 마리아의 집 (Meryemana)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매달렸을 때 그는, 한 '사랑하시는 제자'에게 어머니 마리아를 가리켜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라고 말했고 그 이후로 그 제자는 마리아를 자기 집에 모셨다고 요한복음에 적혀있다. 이 '사랑하시는 제자'는 사도 요한이며 성모 마리아를 이 곳 에페스에 모시고 와서 여생을 보냈다는 전설이 있다. 독일의 어느 수녀가 자신이 본 환상을 바탕으로 쓴 책을 읽은 어떤 다른 사람이 에페스 앞산에서 책 내용과 딱 맞아떨어지는 지점을 찾아내었고, 그 자리에 집을 세운 것이 현재의 성모 마리아의 집.
'믿거나 말거나' 같은 이야기지만, 그래도 호기심에 가보고 싶었다. 그런데, 단체관광객이 아닌 우리 같은 배낭여행자에게 이곳은 만만치 않은 곳이었다. 걸어서는 언덕길 몇km를 걸어야 했고, 택시를 타도 요금이 꽤 나오는데다, 더욱 포기하게 만든 것은 입장료. 조그만한 집에 들어가는데 대략 일인당 만원가까이 지불해야 한다는 것. 결국 이곳은 우리 일정에서 제외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그리스도교 신자 뿐 아니라 모슬렘들도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모슬렘들에게도 동정 마리아(그들은 성모 마리아보다는 동정 마리아라는 표현을 쓴다)가 종교적으로 가치가 있는 인물인듯.
2. 성모성당
최초로 성모 마리아의 이름으로 봉헌된 성당이라는 성모성당이 항구 근처에 있다는데, 어찌된 일인지 항구쪽으로 가는 길을 모두 막아놓아 갈 수가 없었다.
3. 잠든 7인의 교회
그리스도교에 대한 박해가 이루어지던 로마시대, 도시에서 추방된 7명의 그리스도인이 동굴에서 잠들었다가 깨어났더니 300여년이 흘러버려 박해가 끝나고 그리스도교가 로마제국의 공식 종교로 인정이 되어있었다는 전설이 있다. 믿거나 말거나 식의 이야기이지만 흥미롭다. 하지만 성모마리아의 집처럼 위치가 애매하여 그냥 지나쳤다.
[교통편]
셀축 시내에서 돌무시 이용하면 1.5YTL. 걸어서는 20분 걸린다는데 워낙 햇볕이 따가워 그냥 돌무시 이용. 셀축 시내로 돌아올 때는 역시 돌무시를 이용하려 했는데, 택시기사가 일인당 2YTL에 데려다 준다고 꼬드기는 것에 넘어가 다섯명이 총 10YTL을 내고 돌아왔다. 잘 한건지 좀 더 깎았어야 하는건지... 모르겠네.
참고로 셀축까지 무료로 데려다준다고 호객하는 이들이 있다. 카펫 가게를 운영하는데 안사고 그냥 구경만 하고 가도 된다며 타라고 한다. 잠시 갈등했으나 번거로운게 싫어 거절. 하지만 그냥 재미삼아 따라가 보는 것도 좋았을 것 같다.
덧글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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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아 |
저도 에페스 유적지갔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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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ti |
맞아요 참 멋졌죠? 여행 준비하면서 한번, 당일날 동행들 가이드 하느라 또 한번, 여행기 쓰면서 다시 한번 공부했더니 이제 완전 제것이 된 것 같아요. 아예 여행 가이드로 나가볼까? 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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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경 |
저도 어제 터키순례에서 돌아왔습니다. 예습을 안하고 간 탓에 가이드이야기를 기억하는것으로도 벅찼던 순례였지만 대한민국을 형제의 나라라고 칭하는 터키와 온 산을 덮은 아름다운 들꽃들이(특히 야생 양귀비) 기억에 남습니다. 우리는 성모 마리아의 집을 들렀습니다. 내부는 사진을 못찍게해 외형만 찍었습니다. 안은 크지않은 공간에 성모상이 있었으며 성모상 발견당시 한쪽팔이 없었는데 다시 복원(?)을 할까도 생각했지만 쉽지않은 성모님의 생애와 왠지 다르지않아 그대로 보관하기로 했다는 가이드의 설명이 있었습니다. 또한 작년인가 제작년에 그곳에 대형산불이나 성모님의 집까지 타지않을까 걱정했는데 집뒤 두그루의 나무를 남겨놓고 자연적으로 불이 전소되었다고 합니다. 아직 불에탄 자국이 있었으며 그곳의 나무들은 다 타고 지금은 들풀들이 산을 메우고 있었습니다. 터키의 순례가 아쉬워 인터넷을 뒤지고 있다 우연히 Hanti의 여행기를 읽고 복습을 진하게 하고 갑니다. 늘 행복한 부부가 되시길 기도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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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ti |
성모마리아의 집도 들리시고 가이드 안내도 받으셨다니 아마도 성지순례로 터키를 다녀오셨나봐요. 좋은 경험과 추억으로 남으셨으리라 믿구요... 이렇게 제가 못가본 곳 설명을 해주시니 더욱 가보고 싶어지네요. 감사합니다. (이쪽 블로그 관리를 잘 안해서 너무 댓글이 늦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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